남성난임 유전자 검사, Y염색체 결실이라는 말을 들었다
남성난임 전문 비뇨기과에서 다시 정액검사를 받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다. 첫 번째 병원의 검사가 잘못된 건 아닐까. 이번에는 뭔가 다르게 나오지 않을까. 하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육안으로는 정자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정계정맥류가 조금 있다고 했다
검사 과정에서 정계정맥류가 약간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처음에는 순간적으로 '이게 원인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원장님 설명으로는 그 정도의 정계정맥류만으로 지금의 검사 결과를 설명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원인을 조금 더 확인하기 위해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또 피를 뽑았다. 그리고 다시 기다림이 시작됐다. 정확히 일주일이었는지 이주일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은 이상하게 길었다.
"유전자에 문제가 있네요."
다시 병원을 찾아 진료실에 앉았다. 원장님이 검사 결과지를 보시더니 첫마디를 꺼냈다.
"유전자에 문제가 있네요."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평생을 살면서 내가 '유전자에 문제가 있는 사람'일 거라고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드라마에서 불치병이나 희귀병 판정을 받은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이 이런 걸까 싶었다. 왜 남들은 쉽게 하는 것 같은 임신을, 우리는 왜 이렇게 어려운 길로 가야 하는 걸까.
Y염색체 c영역 결실
설명을 들어보니 Y염색체의 특정 영역 가운데 c 부분에 결실이 있다고 했다. 그나마 다른 일부 영역의 결실에 비해서는 정자를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해주셨다. 하지만 당시 내가 받아들인 건 하나였다. 결국 정자를 직접 찾아봐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이 마이크로테세(micro-TESE) 수술이었다.
충격이 가시기도 전이었지만 아내와 나는 그 자리에서 수술 날짜를 잡았다. 11월. 약 3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진료실에서 나와 병원 데스크에서 수술에 관한 여러 안내를 듣고 병원을 나왔다. 또 기다림이었다.
내가 비폐쇄성 무정자증이라니
마이크로테세라는 수술은 그전에도 검색하면서 얼핏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내가 Y염색체 이상이 있고, 비폐쇄성 무정자증에 해당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20대 초반 비뇨기과에서 정액검사를 받았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아무 문제 없었던 것 같은데?'
그런데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건 정액검사가 아니라 전립선액 검사였던 것 같다. 내가 믿고 있던 작은 희망 하나가 그렇게 사라졌다.
그리고 ChatGPT를 미친 듯이 검색하기 시작했다
집에 돌아온 뒤부터 비폐쇄성 무정자증, Y염색체 결실, Y염색체 c결실, 마이크로테세 성공률 같은 것들을 정말 많이 찾아봤다. 특히 ChatGPT한테 엄청나게 물어봤다. 그런데 이 AI놈은 항상 긍정적이다. 정자를 찾을 가능성이 있다. 마이크로테세를 하고 시험관을 진행하면 임신을 시도할 수 있다. 뭔가 모든 게 순서대로 하면 되는 일처럼 이야기한다.
하지만 당사자인 나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내 정자는 찾을 수 있는 건데? 없는 건데? 그게 궁금한 건데 아무도 확답을 해줄 수 없었다. 괜히 AI한테도 열받았다.
그리고 그렇게 나는 11월의 마이크로테세 수술 날짜를 기다리기 시작했다.